신문은 선생님
[동물 이야기] 하루 최대 20시간 잠꾸러기… 게으름 피워 눈에 덜 띄는 게 생존 전략
입력 : 2025.05.21 03:30
| 수정 : 2025.05.21 04:44
나무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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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감은 채 나무에 매달려 있는 나무늘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가만히 있는 건 포식자들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요. /위키피디아
나무늘보의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부터 나오지 않나요?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죽은 듯 꼼짝 못 하다가 겨우 한 발씩 움직이는 굼뜬 모습, 온몸을 덮은 수북한 털과 판다를 연상시키는 짙은 눈두덩이. 이런 모습 때문에 나무늘보는 순하지만 게으르고 미련한 동물의 대명사처럼 인식되죠. 실제로 하루 스물네 시간 중 스무 시간을 자는 잠꾸러기랍니다.
이렇게 게으름을 피우는 건 사실 나무늘보의 생존 전략이에요. 나무늘보는 개미핥기, 아르마딜로와 같은 조상을 둔 친척이에요. 이들은 여느 동물에 비해 이빨이 아주 부실하거나 없다는 뜻에서 '빈치류(貧齒類)'라고 부르죠. 이 중 개미핥기와 아르마딜로는 땅에서 네 발로 걸어 다니며 생활하면서 벌레나 작은 동물을 사냥하는 육식동물이 됐는데요. 나무늘보는 나무 위에서 살아가면서 잎사귀와 풀줄기 등을 먹는 초식동물이 됐어요.
나무늘보가 살아가는 남미 정글에는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사냥을 하는 독수리와 같은 무서운 포식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나무늘보는 시력이 썩 좋은 편이 아니라서 멀리서 접근하는 사냥꾼들을 미리 알아채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포식자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꼼짝 않고 가만히 있다시피 하는 지금의 생활 방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일부 과학자들의 설명이에요.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한 또 다른 방어 수단도 있답니다. 바다를 녹색 또는 붉은색으로 물들이는 작고 원시적인 식물인 조류(藻類)로 위장을 하는 거예요. 조류는 나무늘보의 털에서도 자라는데, 몸이 초록색 조류로 뒤덮이며 주변의 나뭇잎, 풀줄기와 구별이 어려워지죠.
보통 포유동물의 털은 등에서 배 방향으로 나오는데요. 나무늘보는 반대로 배에서 털이 나서 등 방향으로 자란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서 보내고, 심지어 새끼도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낳는 나무늘보의 습성에 맞게 신체 구조가 진화한 거죠.
나무늘보는 앞발에 나 있는 발톱 개수에 따라 '두발가락나무늘보'와 '세발가락나무늘보' 두 종류로 나뉘어요.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에서 보내지만 대변 볼 때만큼은 땅으로 내려온답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변을 보러 땅에 발을 디디는데, 이때가 정말 위험한 순간이에요. 나무늘보의 신체 구조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아가기 적합하게 돼 있고 걸어 다니기엔 적합하지 않거든요.
땅에 내려온 나무늘보가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땅을 짚고 헤엄치는 것 같답니다. 이때 포식자가 접근하면 나무늘보도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날카로운 발톱을 세워요. 때로는 물기도 하면서 강력하게 저항한답니다. 반면 수영 실력은 어느 정도 있는 편이어서 물살을 타고 강을 이동하기도 한답니다.